남해회사 버블 아이작 뉴턴을 보면서
뉴턴이 남해회사의 거품에 속아 2만파운드의 투자 손실을 봤다. 이 정도 금액은 그의 7년치 수입에 해당하는 엄청난 돈이었다. 파산까지는 아니더라도 뼈 아픈 손실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대개의 영국 귀족들은 부동산에 투자를 했었다. 귀족들의 저택과 농장은 자신들의 영지인 지방에 있었는데, 영지 내의 농토를 소작을 주어 세를 받고 런던 같은 도시에 건물을 신축해 세를 놓아 수익을 얻는 것이 당시 영국 상류층의 투자 추세였다. 그러나 뉴턴은 순전히 금융 쪽으로만 투자를 한, 신세대 투자자였다. 당시 뉴턴은 주로 정부 채권과 영란은행 같은 주식회사들에 투자했다. 남해회사도 그중 하나였다.
뉴턴이 남해회사에 투자할 때 뉴턴의 전 재산은 약 3만파운드였다. 결국 남해회사 거품에 전 재산의 3분의2를 날린 셈이다. 그러나 그가 7년 뒤 사망할 무렵에는 남은 재산이 다시 불어 손해봤던 3만파운드를 거의 다시 되찾다시피 했다. 어쨌든 뉴턴은 재산을 영국 정부 채권과 영란은행 같은 안전 투자처에 투자하던 전형적인 보수적인 투자자였는데도 뼈 아픈 실수를 한 셈이다.
뉴턴은 큰 성공을 거둘 뻔도 했다. 1720년 4월 남해회사 주식이 2배로 올랐을 때 주식을 모두 팔았다. 무슨 이유로 팔았는지 확실히 알려진 것은 없지만 뉴턴과 거의 같은 시점에 영국의 유명 투자가 가이 토머스(템스강 영국 의회 의사당 건너편의 대형병원 가이스 앤드 세인트토머스 병원이 그가 기부한 기금으로 만들어졌다)도 남해회사 주식을 팔았다. 하지만 그는 뉴턴과는 달리 남해회사 주식을 다시 사지 않았다. 이 둘이 당시 모든 주식을 판 이유는 주주총회에서 위험을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긴 하다. 이 둘이 주식을 판 날이 모두 주주총회 이틀 뒤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뉴턴은 이후 다시 남해회사 주식에 손을 대면서 큰 손실을 입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안긴 남해회사 투기 광풍은 영국 정부가 만들었다고 봐도 된다. 스페인 승계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면서 영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을 때 영국 정부가 영국 국채를 모두 남해회사가 인수한다고 발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러자 주식시장은 1720년 여름 ‘남해 거품’이라고 불리는 광풍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1월달에 200파운드 이하이던 남해회사 주가는 2월부터 서서히 오르다가 3월 말에는 두 배인 400파운드, 6월 초에는 800파운드, 그리고 7월 말에는 1000파운드까지 오른다. 남해회사 주가는 8월 들어서는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800파운드 선은 유지했다. 그러나 9월부터는 갑자기 급락을 시작해 9월 중순에는 200파운드 선에 도달한다. 9월 말 잠깐 다시 올라 400파운드 선에 도달했지만 10월부터는 계속해서 떨어져 결국 12월에는 200파운드 이하로 떨어지고 만다. 남해회사 주가가 9월 들어 갑작스럽게 폭락한 이유에 대해서는 투자 이익에 대한 희망이 너무 과대했고 낙관적이었다는 걸 투자자들이 새삼 깨달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남해회사 주가는 한 달 만에 정점 가격의 4분의1로 떨어지고 말았다.

천재도 집단망상에 빠지면…
이 남해회사 사태를 두고는 아무리 사고가 훌륭한 사람도 ‘가짜 정보와 악성 정보가 이끄는 집단망상에 빠진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면(an environment that lends itself to collective delusions as a result of the proliferation of misinformation and disinformation)’ 형편없는 판단을 내린다는 사례로 잘 인용된다.

뉴턴도 당시 영국 투자자들 중 피해를 본 80~90%의 중 한 명이었다. 결국 그 말은 천재 뉴턴도 주식에 관해서는 보통 투자자들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는 뜻이다. 사실 뉴턴은 다른 사람들과 달라야 했다. 우선 지능이 우수했고 그가 맡았던 화폐주조창 장관 자리는 경제와 금융시장 정보 등에 밝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뉴턴은 욕심에 눈이 멀어 어리석은 판단을 했다. 물론 뉴턴도 주식 투자라는 새로운 상품에는 별 경험이 없었던 탓도 있었다.
뉴턴이 ‘폭탄 돌리기’ 같은 남해회사 거품 사건의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자신 같은 천재들은 거품이 꺼지기 전 치고 빠질 수 있다는 식의 오만한 자기 꾀에 넘어간 사례라는 악평도 나온다. 이런 뉴턴의 실수는 지금도 볼 수 있을 듯하다. 당시 ‘거품을 팔아먹는 자들이 한 불가능한 약속(promoters of the Bubble made impossible promises)’은 지금도 되풀이되면서 투기 광풍을 일으킨다. 인류는 과거의 교훈을 잊어 버리고 집단광란에 자주 빠진다. 사람들은 자기확신에 빠지면 아무리 주위에서 충고를 해도 안 듣는 법이다. 흡사 불을 지고 화약 속으로 뛰어들면서 ‘나는 안 다친다’고 자신에게 확신을 주는 식이다. 그래서인지 희대의 천재였던 뉴턴의 유명한 이 말은 아직도 기억되고 있다.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알 수 없다.(I can calculate the motion of heavenly bodies, but not the madness of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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